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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국방부 사람들도 물어보는 '대북 전단 제조법' (조선닷컴 )
글쓴이 김동현기자 등록일 2010-05-28
출처 조선닷컴 조회수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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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합

국방부 사람들도 물어보는 '대북 전단 제조법'

 

  • 입력 : 2010.05.27 16:13 / 수정 : 2010.05.27 16:24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

천안함 사건으로 정부가 근 8년 만에 대북전단(삐라) 살포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북 민간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42) 대표는 27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어제 오전 국방부 심리전 관계자 2명이 사무실에 찾아와서 삐라 살포하는 방식에 대해서 자세히 묻고 갔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8년간 전단을 뿌리지 않아서 군의 예전 노하우가 떨어진 모양”이라고 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국방부 관계자들은 ‘어떻게 라디오를 포장해야 땅에 떨어져도 부서지지 않느냐’, ‘애드벌룬 안에는 어떤 기체를 넣느냐’, ‘애드벌룬 재질은 어떤 것이냐’ 등을 물었다고 한다. 박 대표는 “군이 예전에 했던 방식과 요즘 우리가 하는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며 “‘돈도 적게 들이는데 어떻게 그리 잘 날아가느냐’며 국방부 사람들이 놀라더라”고 전했다.

◆애드벌룬 제조법, 서울대 교수들이 도와줘=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7년간 3000여만장의 전단을 북한으로 보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는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도 대북전단이 떨어져 한바탕 난리가 나기도 했다.

높이 12m, 폭 2m 크기의 애드벌룬을 평양까지 보내려면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대북 단체들은 보통 한번에 애드벌룬 10~15개 정도를 띄우는데, 애드벌룬 하나에 전단뭉치 3개를 매달아 보낸다. 전단뭉치 1개에는 전단 3만장과 라디오, DVD, 현금 등이 들어간다. 애드벌룬 하나 띄우는 데 드는 비용은 500만원 정도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북한 땅에 닿기도 전에 풍선이 터져 애를 많이 먹었다”며 “다행히 서울대 모바일 연구소에 다니던 시절 알게 된 교수들이 많이 도와줬다”고 말했다. 당시 서울대 교수들은 직접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애드벌룬 제조법을 조언했다고 한다.

현재 대북 단체들은 비닐하우스 등에 쓰는 얇은 비닐 재질을 이용해 애드벌룬은 만들고 있다. 애드벌룬 안에는 수소가스를 채우며, 영하 20~30도의 대기에서도 견딜 수 있게 제작된다.

2009년 10월 10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회원들이 대북 전단 1만장과 소형 라디오 30대가 든 대형 풍선 5개를 날려보내고 있다.

◆대북 전단, 5시간이면 평양까지 간다=이렇게 만들어진 애드벌룬은 남동풍을 타고 북쪽으로 간다. 1시간 뒤에는 비무장지대(DMZ), 3시간이면 황해도 사리원, 5시간이면 평양 인근에 도달한다고 한다. 대북단체들은 애드벌룬과 전단 뭉치가 자동으로 분리되게끔 미리 산성용액을 연결고리에 칠해놓는다. 산성용액이 산화 반응을 일으키면 전단 뭉치가 떨어져 나가는 원리다. “산성용액의 농도와 양을 조절하면 전단 뭉치를 하나씩 DMZ, 사리원, 평양에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평양까지 애드벌룬이 가는 동안 북한 당국에 걸리진 않을까? 박 대표는 “애드벌룬을 띄우면 2~3분 안에 해발 6000~7000m까지 도달해 육안으로는 볼 수가 없다”며 “그 상태로 떠다니는데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는 애드벌룬을 북한 당국이 어찌 잡아내겠나”고 했다.

대북 전단 살포는 서해와 동해 양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서해에서 애드벌룬을 띄우면 평양까지, 동해에서 띄우면 함흥까지 날아간다고 한다. 박 대표는 “기술적으로는 평양 너머까지 보낼 수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며 “국경 쪽 주민들은 중국 쪽에서 들어오는 정보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北 주민들도 한국 잘사는 건 다 안다, 달러를 넣어라=26일 박 대표를 찾아온 국방부 관계자들은 민간단체들이 만드는 대북전단과 DVD의 내용에도 크게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박 대표는 “무조건 김정일과 북한 체제 비판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했는데, 국방부 사람들은 ‘그렇게 강경하게 하긴 어렵다’고 했다”고 전했다.

“남한이 잘사는 건 북한 주민들도 이제 다 압니다. 미스코리아 사진? 그런 거 아무리 보내봐야 소용없어요. 최고는 돈입니다. 삐라 안에 돈을 넣으면, 북한 당국이 아무리 줍지 말라고 해도 줍게 돼 있어요.”

박 대표는 “달러도 좋지만, 중국 돈 5위안 10위안이 낫고, 최고는 북한 돈 5000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돈 5000원이면 그곳 사람들 한 달 월급보다 많다”며 “그 돈으로 가족들이 모여서 따끈한 밥 한 끼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반문했다.

2009년 2월 2일 서울 거여동 자유북한운동연합 사무실에서 최성용 납북자모임 대표(우)와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좌)가 오는 15일과 16일 북측에 띄워볼낼 대북전단과 함께 살포할 북한 돈 5,000원권을 공개하고 있다.
◆남동풍 부는 3~6월이 적기=국방부는 대북심리전을 24일부터 재개한다고 했지만, 아직 전단 살포작업을 시작하지 않고 있다. 박 대표는 “우리가 알려준 대로 하면 2~3일이면 충분히 띄울 수 있을 텐데…”라며 “정부가 북한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강도’를 재는 것 같다”고 했다.

대북 전단을 보내는 적기(適期)는 남쪽에서 바람이 부는 3~6월이다. 겨울에는 북서풍이 불어서 성공률이 10~20%대로 떨어지고, 6월 중순 이후에는 장마철이라서 어렵다. 박 대표는 “얼마 전에도 강원도 쪽은 바람이 참 좋았는데, 왜 빨리 안 띄우는지 모르겠다. 국방부와 국정원 예산이 얼만데…”라고 혀를 찼다.

군의 대북전단 살포와 별도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대북 단체들은 이른 시일 안에 다시 삐라를 날려보낼 계획이다. 박 대표 등은 지난 20일에도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에서 전단 50만장을 날린 바 있다. 박 대표는 “천안함 침몰 장소에서 삐라를 날리고 싶었는데, 해경에서 못 들어가게 하더라”며 “다음번에는 임진강이나 백마고지에서 다시 전단을 띄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