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안보

제목 국가보안법 개정론 진상
등록일 2003-12-23 조회수 16140
李珍雨 (변호사)

국가보안법의 폐지˙개정논의가 다시 국민들의 중대관 심사안으로 부상했다. 법무부가 보안법의 처벌대상을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에서 우리 안보를 침해하는 행위로 바꾼다 한다.

얼핏 들어보면 말이 되는 논리같기도 하나 이 논리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국가기반 침식하는 말의 기교문제의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그 `표현'의 형식부터 살펴보자. 현행 국가보안법에는 처벌대상을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그런 행위를 하는 경우로 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 와서 꼭 법을 바꿔야 할 법무부의 취지가 위와 같은 것이라면, 그동안 우리 정부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 파괴행위가 우리 안보를 침해하는 행위이어서가 아니라 단지 보안법에 언급도 되어 있지 아니한 북한에 이로운 행위이었기 때문에만 처벌해 왔단 말인가.국가보안법의 목적은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다. 개정론자의 주장과 달리 이 법은 북한에 이익을 주는 행위를 처벌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도 않고, 또 그 동안 정권유지에 악용되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런 주장은 법운용상의 문제를 입법목적과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보안법의 적용에 있어 인권침해가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침해된 인권은 개별적 절차를 거쳐서 구제되어야 할 것이지 법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지는 될 수 없다.법무부는 국가보안법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이 북한을 협력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과 모순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위 양 법률은 그 입법의 목적과 적용대상을 달리하고 있어 서로 모순될 것이 없다. 한 발 나아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국가의 안전˙국민의 생존'을 확보하는 국가보안법에 우선하는 남˙북 관계의 기본법이자 최고의 법률이라고 하면 대북관계에 관한한 국군병력이 왜 필요하며 방대한 규모의 국방부가 무엇때문에 있어야 하겠는가? 북한이 대남무력통일정책을 포기하지 아니하는 한 우리에게는 국군과 함께 국가보안법이 필요한 것이다. 북한형법은 우리를 반국가단체로 볼 뿐만 아니라 적 또는 원수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인권보장의 차원에서 볼 때 북한의 형법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이 금지하고 있는 모든 불법적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보안법 개정논리는 위장된 폐지논리우리는 법무부가 북한에 이로운 행위와 우리 안보를 침해하는 행위를 양분하는 논리를 수용할 수 없다. 안보를 좁은 의미만으로 생각하면 국가보안법은 불필요한 법률로 전락하고, 그래서 국가보안법은 정권보안법이다 국가보안법에는 민중탄압적 독소조항들이 무수히 들어있다라고 하는 논리를 앞세워 국가보안법 말살운동의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된다.또 보안법 반대론자들은 말한다. "순수한 안보는 형법 상의 내란의 죄와 외환의 죄에 의해서 충분히 보호될 수 있다.

그 이상 더 보탤 것도 없고 뺄 것도 없다. 형법상 내란의 죄와 외환의 죄만 있으면 우리 안보는 탄탄한 대로 위에 세워지는 것이다".이런 법무부의 견해 속에는국가안보를 위해서 달리 국가보안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될 필연적인 이유가 잠복해 있다 할 것이다.선진 민주국가들 공산대처 단호그러나 현재의 우리 국가상황으로 봐서 국가보안법이 필요불가결한 법률이라고 봐야 할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북한은 무력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최고의 가치와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반 형법에 의한 보편적 국가안보와는 다른 차원의 특수안보의 보전을 위해서 힘써야 하는 것이다.이러한 특수 국가안보는 우리나라만의 예외적인 관심사가 아니다. 자유 민주주의의 상징적 국가로 알려진 미합중국은 공산주의자 통제법(Communist Control Act)을 가지고 있다. 공산주의를 서슴없이 미국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북한에 이로운 행위라는 문자적 표현에 신경을 쓸 정도로 공산주의자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독일의 형법중 민주주의적 법치국가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 및 일본의 파괴활동방지법의 입법취지도 미국의 그것과 동일하다.그들은 6.25 남침, 청와대 무장공비 침공, 아웅산 폭파, KAL기 폭파, 잠수정불법침투와 같은 공산주의자에 의한 침공을 받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단호하다. 정부가 보안법 폐지세력 거드는 꼴현행 형법 제99조(일반이적죄)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우리 국법은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하는 행위와 적국에 이익을 공여하는 행위를 동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와 우리 안보를 침해하는 행위를 구별하려는 정부의 딴 저의가 없다면 전혀 무의미한 짓이다. 결국 그것은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들에 이용당하는 우를 범할 따름이다.

북한의 영농기술을 향상시킨다든가 예술과 체육을 진흥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일까지 보안법상의 처벌 대상으로 보는 한심한 폐쇄론자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와 우리 안보를 침해하는 행위를 구별하는 데서 출발하려는 국가보안법 개정방향은 원천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대가를 치루더라도 이 땅에서 온전한 자유민주주의와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지켜나가야 한다. 우리 보안법이 그대로 존속되어야 할 가장 확실한 근거는 우리를 적 또는 원수로 보고 있는 북한 정권이 이 법의 존재를 적화통일의 가장 큰 장애물로 보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국회사무총장, 청와대정무 제1수석비서관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