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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공권력 미집행, 불법 시위 부추긴다
글쓴이 배보윤 변호사 등록일 2019-05-28
출처 조회수 2386

배보윤 변호사 前 헌재 공보관·연구관

현 정부 들어 민주노총의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불법 폭력 사태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이는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과 지연 처리, 미집행 등에서 비롯된 바 크다. 지난해 10월 민노총의 경북 김천시장실 무단점거, 11월 충남 유성기업에서 민노총 조합원의 회사 간부 집단폭행에 대해 경찰은 장시간 방치했는가 하면 현행범을 검거하지도 않았다. 강제징용근로자상 철거와 관련해 부산시청에 난입했는데 부산시장은 철거에 대해 사과까지 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법 개정과 관련한 민노총의 국회 앞 집회 때에는 참가자들이 국회 담장을 부수고 경찰에게 불법 폭력을 행사해 경찰이 현장에서 25명을 연행했지만 대부분 석방했다.

대한민국 헌법의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헌법은 의사표현의 자유 일환으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근로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 자유와 권리는 법에 규정된 절차와 방법에 따라 행사해야 한다. 목적이 아무리 숭고하더라도 그 목적 자체가 결코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 자유와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법에 위반되는 사항이 생겼는데도 법 집행 당국이 집행하지 않고 계속 방치한다면, 더 큰 공익과 다른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다.

지난 22일 오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 조합원들의 인수·합병 반대 집회 때에는, 질서유지선을 넘어 현대중공업 사무소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이 경찰관을 폭행해 상당수가 치아 골절, 손목인대 손상 등 병원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었다. 온전한 법치국가에서는 결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중대한 불법 행위다. 그런데도 서울지방경찰청은 혐의자인 민노총 조합원 12명을 연행해 조사하곤 그중 10명을 이튿날 새벽에 석방했다. 28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간 현대중공업노조는 오는 31일 회사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기로 돼 있는 울산시 동구 전하동 한마음회관 체육관을 점거, 농성 중이다. 회사의 주총 행사에 대한 일체의 방해행위 금지를 명령한 27일 오전 법원의 판결조차 무시한 것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집회 참가자가 질서유지선을 침범, 손괴, 이동한 경우 6월 이하의 징역형이나 벌금형으로, 폭행 등 집회질서 문란 행위에 대해서는 1년(집회 주최자), 6월(집회 참가자) 이하의 징역형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참가자의 폭행 등으로 집회 질서를 유지할 수 없어 발한 해산명령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도 6월 이하의 징역형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한다고 벌칙에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쟁의행위 기타의 행위는 근로자의 근로조건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은 적법이지만, 폭력이나 파괴행위는 불법이다. 폭력·파괴행위, 시설을 점거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돼 있다. 집회·시위 현장에서 참가자가 공무를 집행하는 경찰관을 폭행해 상해를 입힌 경우에는, 이와 별도로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까지 처벌하도록 돼 있다.(형법 제144, 136조)

반칙과 특권(?)이 방치되는 나라를 결코 정의롭고 공정한 국가라고 할 순 없다. 법질서 수호 기관은 그 임무를 다하라, 그것은 국민의 명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