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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 탓이 아니라 평등주의 탓 ---민경국(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글쓴이 민경국 등록일 2008-12-22
출처 조회수 5523

민경국(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 이 글은 2008년 12월3일 국회경제법연구회에서 발제한 것입니다.

1. 문제의 제기
2. 신자유주의란 무엇인가?
3. 금융위기의 세 가지 원인
4. 금융위기, 미국의 ‘평등주의’ 탓
5. 위기극복의 해법은 신자유주의
6. 한국경제가 갈 길은 신자유주의

1. 문제의 제기

역사적으로 수많은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위기 때마다 겪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정부의 개입이 심화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최근의 사실로도 입증된다. 독일 나치즘이 들어선 것도 경제적 위기의 결과였다. 자유를 억압했던 뉴딜도 30년대 공황 때문이었다.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제도의 도입과 1970년 대 초의 불환지폐의 도입도 일종의 위기의 산물이다. 2001년 금리인하도 9.11테러, 실업률 증가, 석유가격 상승 등, 일련의 충격의 산물이다.

최근 서브 프라임 모기지 시장에서 촉발되어 전 세계를 강타한 미국 발 금융위기도 예외가 아니다. 금융위기의 원인이 금융규제의 완화와 신자유주의 탓으로 돌리면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이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 대책들은 정부지출의 증가, 규제강화 등이다. 위기극복을 위해 워싱턴에서 개최한 G20 정상들의 첫 정상회담에서도 통화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데 공조하고 금융시장 규제와 감독을 대폭 강화하기로 하는 등, 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서 경제에 대한 정부개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위기로 미국을 비롯한 독일, 프랑스 등 주도적인 국가들이 과거의 국가주의로 회귀하여 “신국가주의(Neoetatism)”의 세계적 흐름이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금융규제완화가 지금의 위기를 가져왔기 때문에 금융규제를 강화해야 하며, 나아가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에서 탈피하고 큰 정부의 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글에서 밝히고자 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로 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 탓이 아니라 평등주의를 표방한 미국 민주당 전통의 “진보주의Progressivism)”의 탓이라는 것이다. 둘째로 신자유주의는 사회발전 원리로서 여전히 유효하며, 위기의 해법도 신자유주의라는 것이다.

이 주제를 밝히기 위해서 우선 제2장에서 신자유주의가 무엇인가를 설명할 것이다 제3장에서는 금융위기의 전개과정과 원인을 규명할 것이다. 재4장에서 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 탓이 아니라, 미국 민주당의 진보주의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제5장에서는 금융위기의 해법은 신자유주의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규제문제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설명할 것이다. 위기극복을 위한 정책제안들을 신자유주의에 비추어 평가하고자 한다. 제6장에서 한국경제가 갈 길도 신자유주의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2. 신자유주의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란 개인의 자유와 책임, 그리고 작은 정부를 국정 원리의 핵심으로 삼는 사조를 말한다. 흄이나 아담 스미스, 칸트, 훔볼트 같은 사람들의 사상에 붙여진 고전적 자유주의에 비추어서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을 붙인다.

19세기 자유주의가 풍미하던 유럽의 지식 세계는 페비안 사회주의자들과 칼 마르크스 엥겔스 이후 급속도로 사회주의화 되어 간다. 러시아의 볼쉐비키 혁명과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에서 비롯된 세계적 불경기는 사회주의를 재촉했다. 미국은 뉴딜로, 독일은 나치즘으로, 그리고 지식인 세계에서는 케인스주의로, 집단주의가 지배했다. 그래서 1930년대는 참으로 암울하던 시기였다.

신자유주의라는 명칭의 역사적 기원을 보자. 1938년 암울하던 시기에 파리에서 소규모 월터 리프만 학술회의가 개최되었다. 유럽과 영미의 유명한 자유주의자들이 참석한 학술회의였다. 이 학술회의에서 고전적 자유주의와 대비하여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썼다.. 신자유주의는 변화된 현대사회의 조건을 고려하여 고전적 자유주의를 확대하고 발전시켜 자유와 번영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명을 갖고 태어났던 것이다. 그 학술회의의 정신은 1947년에 설립된 몽펠랭 소사이어티(Mont Pelerin Society)가 이어받았다.

사회주의의 격랑 속에서 몽펠랭 소사이어티를 중심으로 신자유주의를 지켰던 인물이 오스트리아 학파의 미제스와 하이에크, 독일 프라이브르크 학파의 발터 오이켄과 프란츠 뵘, 시카고학파의 스티글러와 프리드만 그리고 버지니아 학파의 뷰캐넌과 털럭이다. 그들이 목표로 한 것은 규제개혁과 통화관리의 엄격성, 법인세와 소득세 등의 감세, 그리고 민영화 등을 통하여 개인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신자유주의의 아젠더는 민영화. 규제완화 등과 같이 고전적 자유주의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이슈를 반영하고 있다.

이런 신자유주의가 성공한 첫 사례는 1950~1960년대의 독일이다. 통화개혁과 규제개혁을 통하여 그리고 시장의 구성원리로서 경쟁질서의 확립을 통하여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독일 경제를 전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경제적 번영을 확보했다. 신자유주의의 성공을 뚜렷하게 입증하는 사례는 1980년대 ‘유럽의 환자’로 불리던 영국을 구출한 마거릿 대처 총리이다. 파괴적인 노조 파워를 여지없이 무력화한 노동정책, 부실과 비효율의 온상이던 공기업의 민영화 등 대처 총리의 신자유주의 개혁은 영국 경제를 번영의 길로 이끌었다.

엄격한 통화관리, 소득세와 법인세의 감세 정책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해 레이건 대통령은 역대 최악의 불황에서 미국 경제를 구출하고 전대미문의 장기적인 호황을 누리게 했다. 신자유주의는 뉴질랜드와 아일랜드, 칠레로 확산되어 갔다.

서구 좌파의 정신적 물질적 후원자였던 소련이 붕괴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시대정신은 드디어 자유주의 쪽으로 옮겨간다. 공기업의 민영화, 자유와 개방 그리고 책임과 같은 신자유주의 원칙에 따라 충실하게 개혁한 헝가리 체코 발트3국은 사회주의 시대의 굶주림에서 벗어나 버젓이 중진국 대열에 올라섰다. 따라서 80년대 이후의 세계 질서에서 신자유주의가 대세를 이루어 왔다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다.

이 같은 신자유주가 미국 발 금융위기의 누명을 쓰고 있다. 금융위기의 탓이 신자유주의인가? 이 문제를 답하기 위해서 금융위기의 원인을 밝히고자 한다.

3. 금융위기의 세 가지 원인

금융위기의 발단은 담보 대출, 특히 비우량 담보대출이다. 이것은 애초부터 위험스런 것이었다. 용어가 말해주듯이 상환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 대한 대출이기 때문이다. 위기의 전개과정은 다음과 같다:

비우량 담보대출의 증가→주택수요의 증가→주택시장의 붐(버블)→버블 붕괴→주택가격하락→금융기관의 도산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금융시스템 전체를 흔들 만큼 산더미처럼 쌓였다. 그리고 이런 모기지 압류도 전 미국을 휩쓸 정도로 대규모였다. 따라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빚을 꾸준히 상환할 현실적인 전망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토록 “무모하게” 모기지 대출을 하게 한 것이 무엇인가의 문제이다.

이 문제는 개별 금융기관의 실패를 설명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다. 그것은 개별금융기관의 성패요인이 아니라 금융질서의 에러를 야기한 요인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금융질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정부정책이다. 그래서 위험한 담보대출의 증가를 초래한 정책에서 그 금융위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그 원인은 분명해진다.

1)위험한 담보대출을 하도록 지원하고 명령한 정부기관,
2)위험한 대출을 촉진하는데 정부기관이 이용한 프레디 맥(Freddie Mac)과 패니매이(Fannie Mae)와 같은 정부지원 전문 모기지 회사,
3)위험한 대출의 자금을 마련하는데 기여한 미국 연방준비은행이다.

관치금융과 비우량 담보대출의 증가

서민층에 대한 담보대출의 확대를 금융기관들에게 명령하고 때로는 보조금을 통해 그들을 지원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는 다양하다. 그것은 크게 다음과 같이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White: 2008).

-지역재투자법(Community Reinvestment Act, 이하 CRA),
-주택도시개발부(Departmen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 이하 HUD).
-연방주택청(Federal Housing Administration, 이하 FHA)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규제기관들이 어떻게 금융기관들에게 압력을 가하여 위험한 모기지 대출을 늘려 주택부문에 버블을 야기했는가의 문제이다.

(1) CRA(지역재투자법): 금융관련 관료들이 금융기관들에게 자신들이 위치한 지역의 저소득층, 소수인종, 소기업 및 지역개발 등의 대출수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제하는 법적 기초를 제공하는 것이 1977년에 재정되어 1995년 2차 개정된 CRA이다.

CRA의 규정에 따라 규제당국(연방준비은행 규제자들)은 저소득층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대출실적을 평가하고 공개한다. 이행실적의 낮은 평가가 지역사회에 공개되어 비판을 받거나 또는 적어도 평판과 명예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여 금융기관들은 대출을 늘렸다.

대출실적에 대한 평가의 결과는 금융기관에 대한 각 감독기관의 인허가 절차에 중요한 기준이라는 점이다. CRA 이행실적의 평가가 낮으면, 그것은 사업계획의 실행에 치명적이다. 새로운 지점의 설립, 타 금융기관과의 인수 합병, 새로운 사업분야의 확대 등에 대한 규제당국의 인허가 절차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CRA 평가를 높이기 위해서 은행들이 저소득층에 대한 담보대출 실적을 증가하거나 또는 CRA 관련 대출에 기반한 증권을 구입했던 것은 당연하다(White, 2008).

흥미로운 것은 저소득층 대출이 적은 금융기관에 대한 지역단체들의 행동이다. 저소득층 대출을 소홀히 한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규제당국의 사업승인을 방해했다. 금융기관들은 액티비스트들의 이런 방해를 피하기 위해서도 저소득층에 대한 위험한 담보 대출을 늘렸다(DiLorenzo, 2008).

정부는 1995년 은행에 개입하여 CRA 관련 대출심사기준을 간소화했다. 즉, 은행들에게 소득증명서나 저축 경험, 소득대비 납입금 규모 또는 신용대출 경력 등과 같은 전통적인 신용평가가 없이도 저소득층에 대한 대출을 하도록 요구했다.

금융기관 규제자들은 프레디 맥과 패니 메이에게 비우량 대출의 증권화를 허용하는 새로운 규칙을 도입하여 저소득층에 대한 대출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명령했다.

(2)FHA(연방주택청): 1934년에 설립된 FHA는 1999년대 말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증가와 주택시장의 버블 형성에 큰 몫을 했다. FHA의 주된 역할은 민간의 모기지 대출을 보증하는 업무였다. 첫 납입금(downpayment)의 비율을 정하여 이것이 가능한 사람들에게만 FHA가 대출 보증을 해주었다.

그 비율이 낮을수록 저소득층이 보증받기가 쉽다. 그래서 그 비율을 낮추었다. 그런데 직접 대출을 할 금융기관들은 FHA가 정한 낮은 비율을 거부할 수 없었다. 정부가 보증하기 때문에 낮더라도 대출을 했다.

첫 납입금이 낮을수록 디폴트의 위험이 더 커진다. 서민들의 주택보유 확대가 국가적 사업으로 확장되면서 디폴트의 위험성을 무시하고 FHA는 첫 납입금 비율을 점점 낮추어 2004년에는 3%까지 내렸다.

(3)HUD(주택도시개발부): HUD도 1994년에는 “국가주택보유확대전략”까지 세워서, 저소득층 주택보유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HUD의 규제자들은 저소득층에 대한 대출을 위해서는 상환능력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전통적인 대출심사기준을 대폭 완화하도록 요구했다.

규제자들은 심지어 저소득층에 대한 대출을 소홀히 하는 모기지 은행들에 대해서는 차별금지법 위반이라는 혐의로 빈번히 사법당국에 고발까지 했다. 스웰이 흥미롭게 기술하고 있듯이(Sewell, 2008), 그들은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 대출심사기준을 완화하여 저소득층에 대한 담보대출을 증대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확대를 위해 이밖에도 HUD는 매년 저소득층에 대한 담보대출 구매목표치를 정하여 정부지원 모기지 전문회사 프레디 맥과 패니 매이에게 그 목표달성을 독려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 대폭적으로 확대된 것은 HUD의 그 같은 강력한 조치 때문이었다. 그 정부지원 모기지 전문회사는 매년 HUD가 정해준 목표를 성실히 수행하여, 대출시장을 대폭 확대했다(Leoning, 2008).

FF(프레디맥과 파니매이)의 도덕적 해이
비우량 담보대출 증가와 주택가격의 버블을 야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전문 모기지 회사 FF이다. 의회와 정부(미국재무성)의 지원으로 미국의 관치금융의 가장 큰 혜택을 누리는 회사다. 또 정부의 명시적 암묵적 보증을 받고 있다. 자산순위로 보면 미국의 5대 금융화사에 속할 정도로 성장한 대형 모기지 회사다. 모기지 시장의 점유율이 80%이다.

그러나 FF의 운영방식은 더욱 위험한 주택대출을 조장하는 역할을 했다. 이익이 나면 본인들이 취하고 손실이 나면 정부가 책임지는 구조 때문이었다. 정부가 손실을 보증해주기 때문에 모기지유동화증권을 늘릴수록 그들에게는 이익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손실은 생각하지 않고 모기지 유동화 증권의 규모를 늘려나갔다.

CRA 와 HUD의 목적과 관련하여 그 금융회사에게 정부와 의회가 압력을 가한 측면도 있지만 이러한 유인 때문에 모기지 유동화증권을 구입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이다. 흥미로운 것은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는 구조를 갖게 된 배경이다. FF와 규제기관 그리고 의회의 유착이다. 그 유착은 매우 깊었다. 그 같은 유착 때문에 FF에 대한 어떤 감시 감독도 먹혀들 수가 없었다.

통화공급증가와 과잉유동성
지속가능하지 못한 담보대출의 증가를 야기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저금리 정책을 통한 화폐 공급량의 확대정책이다.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던 통화정책은 2001년의 9.11테러, 실업률 증가 등, 일련의 충격이었다.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것이 결국 새로운 위기의 발생 원인이 될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연준은 2001년에는 6.25%, 그해 말에는 1,75%, 2002년과 2003년에는 계속 하락하여 2003년 중반에는 1%였다. 그 후 1년간 내내 1%로 계속 유지했다(그림-1).

<그림1> 미국의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s rate)
(2000.1~2008.9)
자료: Board of Governors of he Federal Reserve System, "Selected Interest Rates," Federal Reserve Statistical Release. 안재욱(2008)

이와 같은 인위적인 초저금리로 은행들도 저마다 대출 금리를 낮췄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모기지 금리가 7-8%에서 4-6%로 낮아졌다. 늘어난 유동성을 소화하기 위해 저마다 대출처를 찾아 나섰다. 상환능력이 불확실한 사람들에게도 대출을 확장했다. 그 결과, 기존의 주택 값도 인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주택의 건축과 미개발 지역의 개발도 촉진되었다. 주택시장의 인위적인 붐이 조성되었다.

붐 기간 동안,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가 행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같은 붐이야 말로 진정한 문제이다. 왜냐 하면 붐은 위에서 설명한 각종 규제기관들과 함께 연방준비은행의 잘못된 신호로, 주택시장은 물론 이와 관련된 산업에서 경제주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잘못 내린 의사결정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붐은 관련 산업부분들간 미스매칭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버블은 불합리한 자원배분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이 그것은 지속가능할 수 없고 터지기 마련이다.

결국 버블이 터지자 주택시장은 물론 이와 관련된 금융시장에서 동시다발적인 에러들이 나타났다. 자원의 재분배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이것은 인위적 개입으로 야기한 에러들을 수정하여 정상으로 회복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압류와 그리고 건설회사의 부도, 금융기관의 파산이 속출했다. 실업도 늘고 성장도 침체되었다. 이 조정과정은 뼈아픈 과정이다. 제아무리 뼈아픈 과정이라고 해도 정부가 조정과정을 지체시키거나 또는 방해한다면 경제의 회복도 지체도기 마련이다.

4. 금융위기는 평등주의 탓

앞에서 우리는 금융위기의 원인으로서 세 가지를 설명했다. 하나는 정부기관의 관치경제, 특히 저소득층에 대한 대출 증대를 위한 정부의 간섭, 두 번째는 준(準) 정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방준비은행의 초저금리정책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런 정책은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반시장적인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금융위기를 신자유주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월가의 탐욕과 금융부문의 규제완화 또는 감독의 소홀로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런 비판이 옳은가?

금융위기는 미국의 진보주의를 표방한 평등주의의 탓
금융위기의 세 가지 원인을 보면 그들도 신자유주의와도 전혀 관련이 없다. 그들은 반자유주의 정책이다. 그럼에도 금융위기를 신자유주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위기의 진상을 오해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금융위기가 생겨난 것은 연방준비은행의 통화정책과 그리고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던 패니 매이와 프레디 맥, 그리고 주택도시개발국과 연방주택청이 자유와 책임과 재산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국가운영원리를 배반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런 배반을 통하여 시장경제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말았다. 저소득층의 주택 소유 확대를 위한 간섭은 전부 반시장 정책이다. 반자유주의 정책-반 시장정책이 위기를 야기한 것이다.

(1)신경제의 후퇴라는 불황을 막기 위해 1%라는 역사적 초저금리 정책으로 전 세계에 유동성을 쏟아 부었고, 그것이 주택부문의 버블을 야기하고 버블이 터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통화정책을 어떻게 신자유주의 정책이라고 볼 수 있는가?

그 같은 정책은 결코 신자유주의의 통화정책이 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돈을 풀거나 이자율을 낮춰서 경기를 자극하는 데 목적을 둔 통화정책은 자유주의와 거리가 멀다. 재량적인 통화정책은 거품 붕괴가 와서 더 큰 곤경에 처하게 된다. 자유주의자들은 그래서 결코 재량적인 통화정책을 제안하지 않는다. 이자율 조정정책이 아니라 준칙주의 통화정책을 제안하는 것이 자유주의자들이다.

(2) CRA(지역재투자법)와 HUD(주택도시개발부)의 간섭도 자유주의와 전혀 관련이 없다. 간섭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대출심사기준에 대한 것인데 이것은 은행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은행의 기본적인 기능을 소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기본적인 기능은 대출적격자와 부적격자를 가려내고 적격자에게 대출하는 것이다. 이 기능을 마비시킴으로써 금융기관들이 금융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값싸게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지속가능한 방법을 개발하고 모방하고 테스트할 자유가 박탈되었다. 은행의 자율적인 대출심사는 산업전반의 지속가능한 질서의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 그것은 기업들을 통제하는 기능이기 때문이다. 그 같은 막중한 기능을 파괴한 것이 진보주의 이념이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체제는 사실상 부적격자에게 대출을 유도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왜곡은 불 보듯 뻔하다. 실제로 CRA와 그리고 HUD의 간섭은 금융시장을 왜곡했고 불건전한 대출을 유도하여 부도위기로 은행들을 몰고 갔지만 수년 동안 주택가격의 버블로 인하여 악성부채를 이리저리 틀어막을 수 있었기 때문에 피해가 감춰져 있었다. 버블이 터지자 신용불량자들이 연체나 압류 등의 채무불능에 빠지고 만 것이다.

(3)패니 매이와 프레디 맥의 대 정부 관계도 자유주의 원리와 정면 배치된다. 이익은 회사 자신이 차지하고 손해는 엄격히 말해서 납세자가 짊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재산권의 이용과 처분에서 생겨나는 이득은 물론 손해도 내재화하는 것이 자유주의의 책임원리이다.

FF는 특혜받은 회사였다. 특혜의 보답으로 공익사업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익사업은 서민들의 주택 보유확대를 말한다. 이것은 결국 “자본주의 기업”이 아니라 “사회주의 기업”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따라서 그런 기업의 활동으로 야기된 금융위기를 자본주의 탓이라고 볼 없다.

(4)진보주의와 금융민주주의: 우리가 확인 할 수 있듯이, 금융위기의 탓이 자유주의가 아니고 오히려 반 자유주의이다. 이 반자유주의 정책의 이념적 뿌리는 무엇인가? 그 정책은 금융민주주의에서 도출된 것이다(Shiller: 2008). 다른 모든 부문과 똑같이 금융에서도 차별을 철폐하고 그들에게도 금융접근이 가능해야 한다는 이념이다. 이 이념이 서민층과 소수인종에 대한 담보대출을 증대하기 위한 정부정책의 기반이다. 저소득층도 내 집 갖기와 금융민주주의가 결합된 것이다.

그것은 미국 민주당의 전통적인 진보주의(progressivism)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장에 맡기면 서민층의 금융차별화와 같은 “시장실패”가 생겨나기 때문에 금융배분에 국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행했던 정부는 클린턴 정부였다. 1977년의 지역개발법(CRA)을 1995년에 개정하여 주택정책을 적극적으로 밀고 간 정부도 클린턴 정부였다. 주택담보 관련 금융시장은 물론 파생금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패니 매이와 프레디 맥에 적극적 지원을 했던 것도 클린턴 정부이후였다. 금융위기의 책임은 민주당사람들이라는 세월의 말은 매우 적절하다(Sewell, 2008) .

그럼에도 금융위기로 레이건 대통령의 신자유주의는 끝났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은 오히려 금융위기의 주요역할을 한 CRA가 시장경제의 원리와 저촉된다는 이유로 그것을 반대했다(좌승희, 2008).

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 탓인가?
기존의 위기론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자본가의 탐욕이, 다른 하나는 금융시장의 규제완화로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감독의 부실로 위기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탓으로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들이다

(1)금융위기가 자본가들의 탐욕 때문인가? 신자유주의 또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언제나 등장하는 비판이다. 탐욕은 특수한 사람이나 특수한 상황에 관찰되는 행동이 아니라 평소에도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인간의 불변적인 심성이다. 이것을 가지고는 평시와는 전적으로 상이한 금융충격이 왜 생겨났는가를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종전까지만 해도 전통적인 대출심사기준에 따라 신용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에게까지도 무모하게 대출하도록 유도했던 것이 무엇인가를 물어야 한다. 그것은 평등주의 이념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의 탐욕이다. 그들은 민간금융기관을 동원하여 주택소유 비율을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리려고 했다. 이 같은 정치적 야심과 탐욕이 부적격자까지도 대출할 수 있도록 대출심사기준을 낮출 것을 강요한 것이다. 결국 1996년 64%에서 2004년 역사상 가장 높은 69%까지 주택보유율이 증가했지만 그 증가 가운데 대부분은 높은 위험성이 있는 저소득층에 대한 대출의 결과이다,

따라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금융위기는 월가 자본가들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금융민주주의와 주택 소유의 평등주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정치가들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다. 저소득층을 위한다는 좋은 정치적 탐욕이 주택소유의 꿈을 가지고 대출받은 상당수의 저소득층을 길거리로 내몰고 말았다.

(2)금융규제완화가 금융위기를 야기했나? 규제완화가 금융위기를 야기했다는 주장도 전혀 옳지 않다. 규제완화도 없었다. 오히려 규제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 그러나 규제완화가 한 가지 있었다. 1999년 Gramm-Leach-Bliley-Act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겸업이 허용되었다. 클린턴 대통령이 서명했다. 이 법으로 1933년 Glass-Steagall 법에 의해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사이에 설치된 칸막이를 뜯어낸 것이다. 금융기관의 다각화의 문을 열어놓았다.

그런데 그 규제완화 법이 금융위기를 야기했는가? 전혀 아니다. 마침 제때에 겸업을 허용함으로써 상업은행들이 신용위기에 몰려있던 투자은행을 인수하여 위기의 여파를 막아주었다. 겸업금지를 철폐하지 않았더라면 뱅크 어브 아메리카가 메리린치를, 제이 피 모건이 베어스턴스를 구매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구매를 통하여 베어스턴스와 메릴리치의 일자리 상실과 증권소유자들의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칸막이를 없애지 않았더라면 모건 스탠리와 골드만 삭스가 자구책으로서 은행소유 기업으로 변신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투자은행으로서는 존립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뒤에 가서 설명하겠지만 이 간단한 사례가 또렷하게 보여주듯이 위기극복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규제와 통제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경제주체들이 문제를 찾고 문제의 해결책을 발견하고 배우고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다.

(3)부실한 감독이 위기를 야기했나? 논의를 위해서 부실한 금융감독이 위기를 야기했다는 주장이 옳다고 보자. 부실감독 그 자체를 탓하기 전에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왜 감독이 부실했는가의 문제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금융위기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평등주의를 표방한 금융민주주의라는 점이다. 저소득층에게 누구나 주택을 보유해야 한다는 평등주의 이념은 대단히 강력했다. 대출심사 기준을 완화할수록 정치가들과 규제자들 그리고 정부 지원 업체들이 그 금융기관을 환대했다. “유덕한(virtueous)” 회사란 저소득층에게 비우량 담보대출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한 회사다. 심지어 지역의 운동권(activists)들도 가담하여 서민층에 대한 대출증가에 헌신하는 금융기관들을 칭찬하고 높이 띠웠다.

이와 같은 평등주의 이념에서 그리고 대출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것을 유덕한 행동이라고 칭찬하는 분위기에서 대출심사에 대한 감독은 이완될 수밖에 없었다.

흥미로운 것은 FF(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에 대한 통제다 그들을 통제하고 감시할 정치가나 규제자들도 없었다. 첫째로 그들은 공익을 추구하는 회사라는 이미지 때문이었다. 둘째로 FF는 정부의 암묵적 명시적 지원으로 모기지 시장의 80%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FF의 정책에 대하여 비난할 수 없었다.

물론 2003년 FF의 방만한 보증업무는 물론 정부의 암묵적 명시적 보호로 높은 위험을 방만하게 축적하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FF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화이트에 의하면, FF는 의회는 물론 규제기관과도 유착이 깊었기 때문에 그들에 불리한 어떤 조치도 막아낼 수 있었고 한다.(White, 2008). 결국 금년 초 FF는 유동성부족으로 도산직전에 국유화되었다.

부실한 감독이 위기를 야기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감독 감시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자유시장 만큼 감시감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다. 뒤에 가서도 설명하겠지만 감독을 위해서는 시장의 각처에 분산되어 있는 지식을 전부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불가능하다. 각처에 분산되어 현장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익명의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야말로 각처에 분산되어 존재하는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을 동원할 수 있다. 시장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인간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시장은 수백만 수천만 명이 가지고 있는 지식들이 서로 유통되는 지식구조이다.

시장의 결과보다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 정부가 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 같은 거대한 금융조직을 만들어 냈지만 이 조직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밝혀준 것은 금융시장이었다. 정치인, 관료, 또는 그 밖의 어느 누구도 감시 감독하여 처벌한 것은 시장이었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얼빠진 파생금융상품도 밝혀내어 가차 없이 처벌하는 것도 시장경제였다. 해체될 금융회사들을 가려내는 것도 시장이었다. 종이 돈이나 파생금융 상품, 헤지 펀드 또는 서브프라임으로 부를 추구하는 사람들 가운데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을 처벌한 것도 금융시장이었다. 가려내고 처벌하는 것이야 말로 감시감독이다. 시장경제의 감시감독을 능가하는 체제는 없다.

심지어 연방은행의 통화정책은 물론 수많은 규제자를 동원하여 추진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정책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정부의 그런 정책을 감시 감독한 것도 시장경제였다.

5. 위기극복의 해법은 신자유주의

앞에서 확인했듯이 금융위기는 반자유주의적 통화정책과 정부규제에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규제가 부족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고, 시장에 대한 규제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규제 때문에 생겨난 금융위기를 시장에 대한 규제강화로 그것을 극복하겠다는 것은 금융위기의 근원적인 원인 그리고 이와 결부된 규제의 본질적인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다. 따라서 정부규제의 본질적인 문제를 설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규제의 본질적인 문제: 지식의 문제
정부규제의 본질적 문제는 “지식의 문제”이다. 정부규제를 계획하고 이를 집행하는 데에는 수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어떤 지식이 필요한지 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종류의 수많은 지식이 필요한 것이 정부규제의 작성과 그 집행이다.

그런데 그 같은 지식은 어느 한 장소에 모아져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도 전부 알 수 없는 장소들에서, 다시 말하면 방방곡곡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익명의 수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을 뿐이다. 정부규제의 성공적인 계획과 집행을 위해서는 그 같이 분산된 지식을 전부 동원하여 수집? 가공해야 한다. 그러나 익명의 수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수천수만 가지 종류의 그 같은 지식을 동원하여 이용하는 것은 어떤 정신에게도 원천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 불가능성은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이 대부분 암묵적 지식, 즉 말로 표현기가 어려워 남에게 전달하기가 불가능한 지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규제의 계획과 집행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통화정책과 저소득층의 주택 소유 확대를 위한 정부의 규제가 실패하여, 끝내는 금융위기로까지 몰고 간 것은 규제담당자들의 지식의 문제 때문이었다. 옛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주민들을 빈곤의 질곡으로 이끌었고, 드디어 참혹하게 실패했던 것도 지식의 문제 때문이었다.

우리가 염두에 둘 것은 ‘시장실패’를 제거하는 부분적인 계획과 규제나 사회주의 계획경제처럼 전반적인 계획과 규제는 지식의 관점에서 보면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시장실패라는 이유로 가격과 노임을 통제하는 것도 그래서 실패의 운명에 처해있다.

규제를 통해서 임금을 올리는 것도, 규제와 지원을 통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규제를 통해서 빈곤도 제거하는 것도 지식의 문제 때문에 가능하지 않다. 규제와 지원을 통해서 주택 소유를 증대할 수 없는 이유도, 규제와 명령을 통해서 목적에 합당한 담보대출을 증가할 수 없는 이유도 지식의 문제 때문이다.

그런데 스스로를 전지전능하다고 믿고 금융을 미세 조정할 수 있을 만큼 지적으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자만에 빠지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주택시장과 금융시장을 조종?통제하여 누구나 자기 집을 소유하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만큼 현명하다고 자만하는 것도 정말로 위험하다. 가질 수도 없는 지식을 가진 것처럼 믿고 경제를 규제하고 통제하는 것을 하이에크는 이 맥락을 ‘치명적 자만’이라고 불렀다( Hayek, 1988).

서민층의 주택소유를 늘리겠다는 정책처럼 아무리 선량하고 좋은 정치적 뜻이 있다고 해도, 지식의 문제 때문에 규제와 통제를 통해서 그런 뜻을 달성할 수 없다. 오히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빈곤과 분배를 개선하기 위해 시장을 규제하고 통제하는 경우 개선은 고사하고 그것을 더욱 악화시킨다. 서민층들의 주택소유를 증대하기는 고사하고 그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뿐만 아니라, 예기하지 않은 또 다른 금융위기까지 야기한다. 이 모두가 지식의 문제 때문이다.

미국정부의 치명적 자만이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까지 강타한 금융위기를 야기한 것이다. 금융위기가 보여주는 중요한 교훈은 인간의 이성이 남용되거나 악용될 경우 그것은 핵폭탄만큼이나 위험하다는 것이다.

지식의 문제와 시장경제
우리가 지식의 문제를 고려할 때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 규제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개인과 기업, 금융기관의 활동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들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주체들이 제각기 자신들의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를 자유로이 발견하고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시장을 규제하지 말고 시장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

개인적 자유와 책임을 기반으로 하는 규제되지 않는 시장은 각처에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정신도 동원하여 이용할 수 없는 지식을 동원하여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이것이 정부보다 시장이 현명한 이유이다. 따라서 시장결과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고 규제하는 것은 넌 센스처럼 들린다.

시장경제는 경제주체들이 어떤 욕구를 먼저 충족해야 할 것인지, 어떤 방법이 효과적으로 욕구를 충족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발견하고 학습하는 과정이다. 정부규제와 통제는 이런 “발견의 절차”(Hayek)를 가로막는다.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시장이야말로 각처에 분산되어 있는 지식을 동원하여 경제주체들의 잘못된 행동을 찾아내고 이를 처벌하는 가장 효과적인 감독?감시체계이다. 시장의 감독체계는 그 어느 누구도 흉내를 낼 수 없다. 왜냐 하면 필요한 지식이 각처에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그것을 전부 수집하고 동원하여 이용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적격자에 대한 대출을 효과적으로 감시하는 것도 시장이다. 잘못된 대출, 나쁜 파생금융상품을 가려내어 처벌하는 것도 시장경제이다. 따라서 정부가 시장을 감시한다는 것은 넌 센스처럼 들린다.

규제나 명령으로 할 수 없는 노임개선도 시장경제에서 가능하다. 명령으로 안 되는 빈곤과 분배를 개선하는 것도, 정부규제로 안 되는 일자리 창출도 시장경제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시장경제의 원리를 확실히 지킨 나라는 번영을 구가했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빈곤 속에서 헤맸다. 시장경제를 확실히 지킨 정부는 성공한 정부였고 그렇지 못한 정부는 실패한 정부였다. 그래서 개인의 자유와 책임, 그리고 작은 정부라는 신자유주의의 국정원리는 사회발전 원리이다.

신국가주의의 등장이냐?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들을 신자유주의의 원리에 비추어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 위기수단으로 실시되었거나 제시되고 있는 것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1)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의 국유화, 그리고 다른 민간 금융기관들에 대해서는 7천억 달러의 구제금융 제공,
2)G20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것을 보면 통화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 하는데 공조하기로 하고 금리인하를 통한 유동성공급을 확대,
3)금융시장 규제와 감독을 대폭 강화.


(1)구제금융의 문제: 구제금융이 위기의 해소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 금융위기는 집값이 하락 때문이었다. 그러나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국유화하는 것은 집값의 하락을 멈추게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구제금융의 투입 자체도 문제다. 그 문제는 두 가지이다. 첫째로 금융권에서 도덕적 해이의 문제가 야기된다. 이윤은 본인이, 손해는 타인들이 부담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이나 투자가들이 높은 위험행위가 늘어난다.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이번에 국유화한 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에서 또렷하게 보았다. 금융위기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정부의 강력한 보증으로 그들이 높은 위험행위를 늘렸기 때문이다.

구제금융의 두 번째 문제는 그것이 시장의 조정과정을 억제하여 사태의 신속한 해결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금융위기는 정부의 무모한 개입으로 주택부문에서 생겨난 과잉투자가 제자리를 잡는 과정이다. 정부의 개입으로 잘못된 동시다발적인 결정들이 이제 동시다발적으로 수정되는 과정이다. 이 조정과정은 뼈아픈 과정이다. 왜냐 하면 이 과정에서 속출하는 것이 특히 실업과 경제침체이기 때문이다. 구제금융은 이런 조정과정을 지체시키거나 또는 방해한다. 그래서 사태의 신속한 해결 대신에 경제회복이 지체될 수 있다.

최선의 해결책은, 매우 고통스럽지만 시장에 맡기는 것이다. 파산하게 놔두는 것이다. 아마 금융시장이 사라질 것을 우려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우이다. 시장에 놔두면 인수나 합병등과 같이 해결책이 개발되고 모방되고 테스트될 것이다. 이런 발견과정은 정부보다 탁월하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칸막이를 허물어 금융기관의 이합집산이 형성되었던 예가 또렷하게 입증한다.

(2)금리인하: 1930년대 공황과는 달리 이번의 금융위기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이자율을 동시에 인하하는 등, 경기부양에 대하여 국제공조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의 금리인하는 1930년대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금리 상승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의 소산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현재 유동성 수요가 극히 큰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금리를 낮춰서 유동성수요에 맞추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통화정책을 경기부양을 위해 투입하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경기부양책으로 통화정책을 이용한다면 또 다시 위기를 야기할 뿐이다. 경기부양을 위해서 재정지출을 하려는 유혹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1930년대의 경험이 잘 보여주고 있다.

(3)국제공조: 국제공조에 의한 문제해결은 1930년대와는 매우 다른 양상이다. 정책을 공조한다는 것은 좋게 말해서 협조인데, 사실은 일종의 담합이다. 그래서 국제공조의 대상이 중요하다. 이런 담합은 각 나라의 정책을 동일하게 만든다.

그런데 지난 20여 년간 이끌어 온 것은 경쟁이었다.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서로 국가들끼리 경쟁을 했다. 이런 경쟁이 그동안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야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국가간 협력이 규제강화를 위한 것이라면 그런 국제공조는 자유와 번영을 침해한다. 아일랜드가 법인세를 대폭인하하자, 법인세가 높은 유럽의 중요한 기업들이 자국을 떠나 아일랜드에 공장을 설립할 때 유럽나라들이 일률적인 법인세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국제공조로 나온다면 그것은 국가간 법과 제도의 경쟁을 차단하는 것이 된다. 그런 경쟁은 제도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4) 자유무역: G20 정상회담에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매우 소망스러운 일이다. 1930년대 경제침체를 대공황으로 몰고 갔던 보호무역과 비교한다면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역사가 진일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점에서 이번의 금융위기는 1930년대의 대공항과 전적으로 다르다. 오늘날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으로서 근린궁핍화정책 대신에 국제공조를, 통화긴축 대신에 통화증발, 보호무역 대신에 자유무역 등을 강조하는 것은 1930년대의 대공황 시기와 전적으로 다르다. 역사의 진일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노동부문, 금융부문, 복지와 사회보험, 부동산?주택 부문 등에 대해서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6. 한국경제가 갈 길은 신자유주의

미국 발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가 끝났으니 과거 정부개입 패러다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신자유주의 탓이 아니라 잘못된 반 자유주의적인 통화정책과 정부개입의 탓이다. 번영의 패러다임으로서 신자유주의는 유효하다. 한국경제가 갈 길은 그래서 신자유주의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을 검토하자.

-통화정책: 저금리 정책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유동성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경기정책으로 투입할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도 환영할만하다. 외환시장의 불안정한 심리를 진정시킬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감세정책: 정부가 추진한 감세 정책도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올바른 정책이다. 내릴 수 있는 세금은 이밖에도 많다. 법인세와 상속세 등이다. 부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세금인하로 경제침체를 막고 경제가 활성화되면 그런 조세삭감은 서민층에게도 유익하다. 레이건 정부의 조세삭감정책이 입증한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의 조세삭감정책을 부자만을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서민층의 고용의 증가와 소득의 증가기 획기적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30년대 경제침체를 대공황으로 이끈 것은 조세인상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런 대공황에 미국경제를 구출했던 것은 트루만 정부의 감세정책이었다는 것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재정지출: 문제는 재정지출이다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감세정책에 재정지출의 증가는 결국 적자를 야기하고 이것은 결국 국민의 부담이 된다. 그리고 재정지출의 증가로 인한 자원의 비효율적인 시용을 야기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비준을 통하여 자유무역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한국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수단이다.

-수도권규제 완화도 경제활성화를 위해 중요하다. 그러나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 규제완화를 기다리는 부문이 너무도 많다. 규제완화를 위한 일관되고 지속적인 노력 요구된다.

1980년대 이후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고 번영의 길로 안내해온 신자유주의가 미국 발 금융위기의 탓이라는 누명을 쓰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의 탓은 반 자유주의 정책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자유와 번영을 위한 사회발전원리로서 의문의 여지없이 유효하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이 자본주의 탓이라는 잘못된 책임전가 때문에 서구사회가 집단주의적 국가주의의 질곡에 빠지게 되었던 것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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