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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제목 〔성명서〕 사법부 독립수호 기자회견
등록일 2026-09-29 조회수 15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9월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대통령에게 서면 제청하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열흘 후인 28일 대통령과의 실질적인 협의 없이 제청이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라고 하면서 손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로 송부하지 않고 대법원장에게 재(再)제청을 요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장은 이달 22일 재제청 요구 문서에 헌법적 근거와 구체적인 사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을 들어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며 재제청 요구를 거부하였고, 다음 날인 23일 “제청 과정에 절차적 흠결이 존재한다는 사유는 수긍하기 어렵다”고 재차 입장을 밝힌 바 있었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대통령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였고, 민주당은 대법원장을 헌법과 법치 파괴 주범이라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국회 출석 및 탄핵까지 거론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민주당의 이와 같은 대법원장에 대한 비난과 공격은 아무런 헌법적 법률적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헌법에 반하는 위험한 억설이라는 것이 다수 법조계의 중론이자 상식이다.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이란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국가원수의 지위에서 행하는 의전적, 형식적 권한이다. 대법관 인선의 실질은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의 동의에 있으며,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동의야말로 대법관에게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핵심 절차이다. 대통령은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의 동의를 거친 후보를 임명함으로써 국가원수로서 그 절차를 완성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의 규정에도 없는 제청의 절차와 형식을 빌미로 국회에 임명동의안 송부를 거부하고 대법원장을 겁박하는 것은,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인선의 실질을 초기 단계에서부터 정권의 의사대로 좌지우지하겠다는 발상이자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근간에서부터 허무는 헌법 파괴적 처사라고 하겠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헌법이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하여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전속적 권한이고, 제청이 대면으로 이루어졌는지 서면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같은 형식적 요건은 그 효력과 정당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아울러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할 때 대통령과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는 절차나 대면으로 제청해야 한다는 방식은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이에 관한 규정이 없으며 재 제청을 인정하는 실정법적인 근거 또한 전혀 없다.

(착한법 김현 회장님 낭독)

헌법 제104조 제2항과 법원조직법 제41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을, 국회에 동의권을, 대통령에게 임명권을 각각 부여하고 세 권한이 순서대로 행사되도록 함으로써 어느 한 헌법기관의 전횡을 막고 국가권력 상호간에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예비한 것이다.

따라서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물론 국회의 동의권도 결코 대통령의 임명권에 종속되지 않는다.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행사하기 전에 대통령과 협의하지 않은 것이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을 무력화한다는 주장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사실상 대통령의 사전 승인 아래 두겠다는 위헌적 발상에서 나온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임명권은 국회의 동의가 이루어진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권한이므로 국회의 동의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행사될 수 없으며, 대법원장의 제청 단계에서는 아무런 권능도 없으므로 다른 헌법기관에 의하여 침해되거나 무력화될 수도 없다.

대법원장이 사전협의 없이 대통령의 내심과 다른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는 것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면, 국회가 사전협의 없이 대통령의 뜻에 어긋나게 임명 동의를 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것도 대통령의 임명권을 침해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올바른 헌법 정신을 가졌다면 청와대나 민주당도 이런 주장에는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대통령이 제청 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채 재제청만 요구하는 것은 대법원장의 제청권뿐만 아니라 국회의 동의권까지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제청된 대법관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면, 그런 의문은 국회 동의 절차를 통해 공개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이런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청 단계에서 대통령이 임의로 후보자를 취사선택하겠다는 것은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견제와 균형의 경로를 파괴하는 것이다.

(한변 이재원 회장 낭독)

대법원장이 재 제청 요구의 구체적 사유와 헌법적 근거를 문서로 밝혀 달라고 한 것은 지극히 정당하고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헌법 제82조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기관 사이의 헌법상 권한 행사는 그 근거와 사유를 명확히 적시한 공적 문서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헌법기관의 권한 행사의 적법성과 효력을 둘러싼 불필요한 분쟁이 예방되고, 국민들도 그 권한 행사의 적법성과 정당성 여부를 알 수 있게 된다.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구의 구체적 사유와 근거를 문서로 명확하게 밝혀달라고 한 것은 헌법과 법률에 의거한 당연한 요청이며, 이를 두고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한다고 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배치되는 발언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대법관 임명절차에 필요한 것은, 어느 특정 헌법기관의 우월성 여부가 아니라 헌법이 각 헌법기관에 부여한 고유 권한을 존중하면서, 삼권분립의 원칙과 법치주의 정신에 따라, 각 헌법기관들이 자신의 권한을 제 자리에서 헌법정신에 맞게 제대로 행사하는 것이다.

대법원장의 제청권, 국회의 동의권, 대통령의 임명권은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에 비해 우월하다거나 또는 따른 하나를 지배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다. 세 권한의 독립적인 행사가 결합하여 대법관 임명이라는 헌법적 절차를 완성하게 될 때 대법관 임명은 비로소 헌법적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사법부의 독립은 특정 개인이나 국가기관을 위한 특권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아무런 근거도 없는 재제청 요구를 철회하고, 이미 이루어진 제청에 따라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지체 없이 국회에 제출하여야 하며, 정치권은 헌법기관의 정당한 권한 행사를 탄핵 등으로 압박하는 일을 즉시 중단하고, 사법부의 독립을 존중하고, 국민을 진심으로 섬기는 본연의 역할에 매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6.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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